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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수능논술 폐지, 어느 노부부의 강아지 2013-10-25 오전 11:05:00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2535

[키워드] 수능논술 폐지, 어느 노부부의 강아지


 

사진: 뉴시스

어느 노부부의 강아지


노(老)부부가 아침저녁으로 집 근처 공원을 찾기 시작한 건 강아지가 생기면서부터다. 움직이는 걸 싫어해 평소 가벼운 운동조차 하지 않았던 부부는 깡충깡충 뛰노는 강아지 덕분에 매일 덩달아 산책과 운동을 한다.
수험생들에게 논술 고사는 ‘노부부의 강아지’와 같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력으로 좌우되는 입시에서 논술은 창의성과 분석력, 논리력을 변별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 학생들은 교양도서를 읽으며 내공을 쌓고, 독서클럽 등에 다니며 생각을 멋들어지게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월평균 독서량 0.8권(미국 6.6권, 일본 6.1권). OECD 국가 중 꼴찌의 독서량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논술의 의미는 어쩌면 ‘대입’ 이상인지도 모른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논술·적성 고사의 폐지 방침. 이를 실시하는 대학에 대해 교육부가 재정보조금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폐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교육 억제’다. 사교육 경계는 교육부의 꾸준한 정책기조였다. 하지만 논술에 손을 대는 것은 ‘개악’의 우려가 높다.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평가에서 작문능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다. 점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분석력과 논증력으로, 이를 검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평가지표다. 수험생들 사이에서조차 “논술 잘하는 애들이 진짜 똑똑한 애들”로 인정받는다. 인재의 기준이 ‘축적된 지식’이 아닌 ‘창의적 사고력’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수능논술 폐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목소리도 높다.
논술학원의 난립과 성행 등 사교육 조장의 측면도 물론 있다. 한데 논술을 대체하는 평가가 무엇이 됐든, 이를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건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 않나. 교육적 의미와 평가 활용도를 감안하면, 논술을 공교육으로 끌어안는 방안 마련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강아지를 잃은 노부부는 더는 집 밖에 나서지 않는다. 느린 걸음이나마 근육과 심폐기능에 도움을 주던 운동효과는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조석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졌던 심리적 여유도 일상에서 지워질 것 같다.

박지현 no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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